설계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요청이 "창을 크게 내 달라"는 말씀입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 아파트에서 살다 단독주택을 지으시는 이유의 절반은 바깥을 보고 싶다는 것이니까요. 다만 창은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방향과 처마가 함께 정해져야 제 역할을 합니다.
같은 크기의 창도 방향에 따라 다릅니다
- 남 — 겨울에는 낮은 해가 깊이 들어오고 여름에는 해가 높이 뜹니다. 처마로 조절하기 가장 좋은 방향입니다.
- 동 — 아침 빛이 부드럽게 들어옵니다. 침실이나 아침 식사 자리에 어울립니다.
- 서 — 여름 오후 내내 열을 받습니다. 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큰 창을 낼 때는 차양이나 처마를 함께 계획하셔야 합니다.
- 북 — 직사광이 없어 빛이 고르고 잔잔합니다. 작업실이나 주방에 유리합니다. 대신 겨울철 열 손실이 큰 방향입니다.
처마 깊이가 여름과 겨울을 나눕니다
같은 남향 창이라도 처마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집이 됩니다. 여름의 해는 높고 겨울의 해는 낮기 때문에, 처마를 적절히 뽑으면 여름 햇빛은 걸러내고 겨울 햇빛은 들이는 일이 가능합니다. 강화 32.8평 주택에서 큰 개구부를 내면서 처마를 깊게 뽑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용인 주택은 코너를 열어 시야를 확보하되, 처마로 여름 햇빛의 각도를 조절했습니다. 창을 크게 내는 결정과 처마를 뽑는 결정은 늘 함께 가야 합니다.

천장을 열면 창의 자리가 하나 더 생깁니다
단층에서 천장을 지붕 모양대로 열면 벽 위쪽에 창을 낼 자리가 생깁니다. 이 높은 창은 마주 보는 집이나 지나가는 시선에서 자유로우면서, 빛은 방 안쪽 깊은 곳까지 밀어 넣습니다. 서천 주택도 거실 천장을 경사로 열고 큰 창을 함께 냈습니다.

창이 커지면 함께 커지는 것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창은 벽보다 열이 잘 드나드는 부분입니다. 창이 커질수록 단열에서는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큰 창을 계획하실 때는 창호의 성능과 난방 계획을 같이 보셔야 합니다. 벽 단열에 대해서는 목조주택 단열과 겨울 난방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관리의 문제도 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이의 창은 닦기 어렵습니다. 열리는 창인지 고정 창인지, 방충망은 어떻게 다는지까지 설계 단계에서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창의 자리는 골조에서 이미 정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창은 마감재가 아니라 구조의 일부입니다. 개구부 위에는 하중을 받는 부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골조가 올라간 뒤에 위치나 크기를 바꾸려면 구조를 다시 손봐야 합니다.
도면에서는 사각형에 불과하던 창이 골조 단계에서 처음으로 실제 크기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골조가 서면 건축주님께 한 번 다녀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편하게 바꿀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